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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면을 '안 해주는' 세무사가 당신 편인 이유

글. 이규상 세무사

'우리 세무사는 왜 이걸 안 챙겨줬지?'

다른 곳에서 '이거 창업감면 받을 수 있는데요'라는 말을 듣고 돌아오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보통 이것입니다.
서운합니다. 살짝 의심도 듭니다. 5년간 수백만 원이 걸린 혜택인데, 왜 얘기도 안 해줬을까? 자연스러운 마음입니다.
그런데 질문을 한 번만 뒤집어 보겠습니다.
안 챙겨준 게 아니라 — 챙기면 안 되는 걸 알고, 안 한 거라면 어떨까요?

세무사에게 가장 쉬운 길, 가장 어려운 길

세무사에게 가장 쉬운 길은, 사실 일단 감면을 신청서에 넣고 보는 겁니다. 고객은 당장 기뻐하고, 세금은 줄고, '잘 챙겨주는 세무사'가 됩니다. 일이 터지더라도 3년은 뒤의 일입니다.
가장 어려운 길은 그 반대입니다. '이건 안 됩니다'라고 말한 뒤, 왜 안 되는지를 설명하는 것입니다.
'됩니다'를 말하는 데는 1초면 충분합니다. 업종코드를 보고, 통신판매업이니까 감면 대상이라고 결론내면 끝입니다.
'안 됩니다'를 제대로 말하려면 30분이 듭니다. 조세특례제한법 제6조 제3항의 18개 열거 업종을 확인하고, 시행령으로 관광 관련 업종의 한정 범위를 대조하고, 전자상거래법의 통신판매 정의와 실제 사업 내용을 비교하고, 한국표준산업분류 세분류까지 검토해야 비로소 '안 됩니다'의 근거가 완성됩니다.
1초짜리 '됩니다'와 30분짜리 '안 됩니다' 중에 어느 쪽이 더 대표님을 위한 건지, 이 글에서 함께 확인해 보겠습니다.

실제 사례: SNS 여행 콘텐츠 사업자의 창업감면

한 대표님이 인스타그램으로 여행 상품을 소개하는 사업을 하고 계셨습니다.
여행지와 패키지를 리뷰하고, 관심 있는 고객을 여행사와 연결해 주는 방식입니다. 수익은 여행사로부터 받는 연결 수수료. 사업자등록은 업종코드 525104, 통신판매업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얼핏 보면 창업감면 대상처럼 보입니다. 조세특례제한법 제6조 제3항 제5호에 '통신판매업'이 명시되어 있으니까요. 업종코드도 딱 맞고, 청년 요건도 충족하고, 비수도권 창업이면 50% 감면. 수백만 원입니다.
다른 세무사라면 '당연히 됩니다'라고 했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안 됩니다'라고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업종코드가 아니라, 실제로 무엇으로 돈을 버는가

창업감면의 첫 번째 원칙은 간단합니다. 열거주의. 법이 정한 18개 업종 리스트에 있으면 감면, 없으면 끝입니다.
통신판매업은 그 리스트에 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원칙이 있습니다. 실질과세. 사업자등록증에 뭐라고 적혀 있든, 국세청은 대표님이 '실제로 무엇을 하고, 어디서 돈이 들어오는지'를 봅니다.

통신판매업의 법적 정의

전자상거래법 제2조에 따르면, 통신판매란 이것입니다.
재화 또는 용역의 판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소비자의 청약을 받아 재화·용역을 직접 판매하는 것
핵심은 '직접 판매'입니다. 내가 물건이든 서비스든 직접 팔아야 합니다.

이 대표님의 실제 사업은?

여행 상품을 직접 판매하지 않습니다. 여행사의 상품을 소개하고 연결합니다.
수익은 여행사가 지급하는 연결 수수료입니다.
크리에이터(콘텐츠 자체의 광고 수익)도 아닙니다. 유튜브 애드센스처럼 플랫폼이 주는 광고비가 아니라, 여행사가 주는 중개 대가입니다.
이것은 한국표준산업분류상 7912 '여행 보조 및 예약 서비스업'(대분류 N,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서비스업)에 해당합니다. 통신판매업(대분류 G)도 아니고, 정보통신업(대분류 J)도 아닙니다. 대분류 자체가 다릅니다.
그리고 여행 중개·알선업은 조세특례제한법 제6조 제3항의 18개 업종 어디에도 없습니다.
시행령 제5조 제10항이 관광 관련 감면 업종을 명시하고 있는데, 거기에 있는 건 '전문휴양업·종합휴양업·자동차야영장업·관광유람선업·관광공연장업'뿐입니다. 여행 중개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판례도 같은 말을 합니다

조세심판원은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세법상 업종은 감독기관의 허가 여부를 떠나 실제 이루어지는 주된 산업활동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 조심 국심2007서2075 (2008.02.22)
이 사건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으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벤처기업 확인까지 받았지만, 실제 수입 대부분이 대출 보증 수수료였기 때문에 창업벤처중소기업 세액감면이 전액 추징되었습니다.
업종코드가 아니라 실질. 이것이 원칙입니다.

다른 세무사가 '감면 됩니다'라고 하면, 이것만 물어보세요

언젠가 다른 세무사가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통신판매업이시니까 창업감면 당연히 되는 거예요. 왜 안 받으셨어요?'
그때 화내실 필요 없고, 우리를 의심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대신 그 세무사에게 딱 한 가지만 물어보시면 됩니다.
'내 사업의 한국표준산업분류 세분류가, 조세특례제한법 제6조 제3항의 18개 열거 업종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설명해 주세요.'
이 질문에 막힘없이, 세분류 코드와 대분류까지 짚어가며 답하는 세무사라면 — 그분은 검토를 한 겁니다. 들어볼 만합니다.
이 질문에 '업종코드가 525104 통신판매업이니까요'라고만 답하는 세무사라면 — 사업자등록증 코드만 본 겁니다. 조문도 시행령도 산업분류도 보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됩니다'를 말하기 전에 무엇을 확인했는지가 보이는 순간, 누가 업종코드를 끼워 맞추는 중인지 드러납니다.

감면이 부인되면, 갚는 사람은 대표님입니다

만약 업종코드만 보고 감면을 신청했다가, 세무조사에서 부인되면 어떻게 될까요?
감면받은 세액 전액 추징
신고불성실 가산세
납부지연 가산세
이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사람은 대표님입니다. 그 감면을 '된다'고 말한 세무사가 아닙니다.
'됩니다'를 말한 사람은 이미 곁에 없고, 추징 고지서는 대표님 이름으로 옵니다. 이것이 절세 제안의 책임 비대칭입니다.

다만, '안 됩니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이 있습니다.
맞는 판단을 내리는 것과, 고객이 그 판단을 납득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어쩌면 이전 세무사도 같은 결론을 내렸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이유를 대표님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풀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또는 설명은 했지만, 대표님의 마음에 닿지는 못했을 수 있습니다.
'안 됩니다'를 말하고 끝내면, 대표님은 이유를 모른 채 서운함만 남습니다. 그 빈자리에 다른 누군가의 '됩니다'가 파고듭니다.
전문가의 능력은 정답을 아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고객이 그 정답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까지가 전문가의 일입니다. 세법을 모르는 분에게 열거주의와 실질과세 원칙을 이해시키는 건, 조문을 읽는 것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해내야 합니다.
그래서 이 글을 씁니다.

왜 우리는 감면을 권하지 않았는가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확인 항목
결과
업종코드 525104(통신판매업)가 조특법 열거 업종에 있는가
있음
실제 사업 내용이 통신판매(직접 판매)인가
아님 — 여행 연결 수수료
실질 업종(7912, 여행 보조 서비스)이 18개 열거에 있는가
없음
정보통신업(대분류 J)으로 볼 수 있는가
아님 — 대분류 N
관광 관련 감면 업종(시행령 §5⑩)에 해당하는가
해당 없음
업종코드는 맞지만, 실질이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감면을 권하지 않았습니다.
'됩니다'를 1초 만에 말하지 않고, '안 됩니다'를 30분에 걸쳐 설명하는 일.
우리는 그 30분을 택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업종코드를 정보통신업으로 바꾸면 감면받을 수 있나요?

업종코드를 바꿔도 실제 사업 내용은 바뀌지 않습니다. 국세청은 등록된 코드가 아니라 실제 주된 수입의 성격으로 업종을 판단합니다(실질과세 원칙). 코드만 변경하고 감면을 신청하면 오히려 '의도적 업종 분류 조작'으로 보일 수 있어 추징 리스크가 커집니다.

인플루언서나 크리에이터는 전부 창업감면이 안 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수익 구조에 따라 다릅니다. 유튜브 광고 수익이나 콘텐츠 구독료가 주수입이고, 한국표준산업분류상 정보통신업(대분류 J)으로 분류되는 사업이라면 조특법 제6조 제3항 제8호에 따라 감면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정보통신업 중에서도 비디오물 감상실 운영업, 뉴스제공업, 가상자산 매매 및 중개업은 제외됩니다. 핵심은 항상 '실제로 무엇으로 돈을 버는가'입니다.

이미 감면을 신청해서 환급받았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스스로 수정신고를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자진 수정신고 시 가산세가 대폭 감면되지만, 세무조사로 적발되면 전액 추징에 과소신고가산세와 납부지연가산세가 함께 부과됩니다. 현재 감면을 적용 중이라면 담당 세무사와 즉시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다른 세무사가 '확실히 된다'고 하는데, 누구 말이 맞나요?

'업종코드가 통신판매업이니까 됩니다'는 사업자등록증만 본 판단입니다. 조세특례제한법 제6조 제3항의 열거 업종, 시행령 제5조의 세부 범위, 한국표준산업분류 세분류, 그리고 실질과세 원칙까지 검토한 근거를 물어보세요. 근거 설명 없이 '됩니다'만 반복하는 답변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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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규상 세무사가 실제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변형했습니다. 개별 사안의 감면 적용 여부는 반드시 담당 세무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