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말쯤 되면 이런 전화가 옵니다. “세무사님, 올해 세금 얼마나 나와요? 지금이라도 뭐 하면 줄어요?” 대표님 입장에서는 당연한 질문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냉정합니다. 그 질문이 10월에 왔으면 선택지가 많고, 12월 28일에 오면 선택지가 확 줄어듭니다.(청년들은 선제적으로 9~11월 상담이 이루어집니다.) 세금은 ‘마지막에 몰아서 고민하는 일’이 아니라, 중간중간 한 번씩만 봐도 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일입니다.
첫째, 12월 31일은 생각보다 무섭습니다. 한 해의 매출과 비용이 그날 기준으로 정리되고, 다음 해 3월이나 5월에 “영수증 더 찾아볼게요”라고 해도 이미 늦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님이 할 일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10월이나 11월에 한 번만 ‘올해는 대충 얼마 벌었고, 대충 얼마 남겠네’를 보는 겁니다. 이걸 가결산이라고 부르는데, 말이 어려워서 그렇지 ‘중간 점검’입니다.
여기서 한 번 더 현실적인 얘기가 나옵니다. 중간예납입니다. 8월(법인)과 11월(개인)에, 전년도 세금의 절반 수준이 미리 고지되는 제도입니다. 매출이 늘어도 현금이 부족하면 그때 숨이 턱 막힙니다. ‘장사는 잘되는데 통장이 왜 이렇게 비지?’ 이런 말이 나오는 시점이 딱 그때입니다. 그래서 미리 숫자를 보면, 세금이 ‘사건’이 아니라 ‘일정’이 됩니다.(예측하고 대비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둘째, 세금 줄이려고 무리하다가 더 크게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가족이 실제로 일하지 않는데 급여를 올리거나, 개인적인 밥값·쇼핑을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식입니다. 대표님들은 흔히 ‘이것도 회사 운영이잖아!’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세법에서는 ‘업무와 직접 관련이 있느냐’를 따집니다. 관련이 없다고 판단되면 비용으로 인정이 안 됩니다. 그러면 회사 세금이 늘고, 경우에 따라 대표님 개인에게도 세금이 추가로 붙습니다.
그리고 더 골치 아픈 게 (법인의 경우) 가지급금입니다. 쉽게 말해 ‘회사 돈을 썼는데, 증빙이 불분명해서 장부에 빚처럼 남는 것’입니다. 이게 쌓이면 재무제표가 지저분해집니다. 대표님이 지금 당장 정책자금이나 대출을 안 받더라도, 나중에 필요해질 수 있잖아요. 그때 은행이나 보증기관은 재무제표를 보고 판단합니다. ‘이 회사는 돈이 어디로 새는지 관리가 되나?’ 이런 시선이 생기면 문이 잘 안 열립니다. 세금을 조금 줄이려다, 자금줄이 막히는 건 진짜 아픈 손해입니다.
셋째, 비용은 ‘쓴 것’보다 ‘증빙이 남은 것’이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대표님도 이런 경험 있으실 겁니다. 돈은 분명 나갔는데, 영수증이 없어서 비용 처리가 안 되는 상황. 그때 기분이 정말 나쁩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3가지만 기억하면 됩니다. 세금계산서, 카드영수증, 현금영수증. 이 세 가지가 깔끔하게 있으면 비용으로 인정받기 쉬워집니다.
그리고 가결산의 진짜 장점이 여기서 나옵니다. 10~11월에 미리 이익을 보면, ‘올해 안에 꼭 해야 하는 지출’과 ‘내년으로 미뤄도 되는 지출’이 구분됩니다. 올해 이익이 너무 크다면, 어차피 해야 할 수리비나 장비 교체, 광고비, 성과급 같은 걸 연말 전에 집행하는 선택도 생깁니다. 핵심은 억지로 돈을 쓰자는 게 아니라, 필요한 지출을 제때 하고 (지출시기 조절) 증빙을 제대로 챙기자는 겁니다.
넷째, 세금은 올해만 보고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대표님 회사가 몇 년 동안 이익이 쌓이면, 장부에 미처분이익잉여금이라는 게 쌓입니다. 어려운 말 같지만 ‘회사에 남아 있는 이익의 덩어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게 커지면 회사의 주식 가치에도 영향을 줍니다. 그리고 언젠가 자녀에게 회사를 넘기거나, 예상치 못한 상속 상황이 생기면 회사의 지분가치가 과다하게 커져서 세금 부담이 확 커질 수 있습니다. 대표님이 평생 만든 회사를 지키는 문제인데, 마지막에 세금 때문에 꼬이면 너무 허무합니다.
그래서 저는 대표님들께 이렇게 권합니다. 세무는 신고 대행만 잘한다고 끝나지 않습니다. 대표님 사업의 흐름을 미리 보고, 위험이 쌓이기 전에 정리하고, 필요한 선택지를 만들어주는 게 진짜 역할입니다. 세금은 “줄여주세요”라고 말하는 순간 줄어드는 게 아니라, “미리 봤더니 줄일 수 있는 길이 생기더라” 이 흐름에서 줄어듭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0월이나 11월에 중간 점검 한 번. 적격증빙 3가지 습관화. 업무무관 지출은 애초에 분리. 가지급금이 쌓이지 않게 흐름 관리. 미처분이익잉여금은 언젠가 큰 문제로 번질 수 있으니 미리 출구전략 고민. 이 다섯 가지만 해도, 세금 때문에 당황하는 일이 확 줄어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