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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보다 먼저 점검해야 할 것

몇 해 전, 거래처 한 곳이 갑자기 해지를 통보한 적이 있습니다. 이유를 들어보니 허탈했습니다. 전화할 때마다 담당자가 달랐고, 매번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했다는 겁니다. 그 무렵 우리는 블로그 광고비를 두 배로 올리고 있었습니다. 새 고객을 데려오는 데만 몰두하면서, 이미 곁에 있던 고객이 떠나는 걸 보지 못했던 거죠. 그 일이 저를 멈추게 했습니다. 지금 우리를 더 알려야 할 상태인가, 아니면 먼저 더 좋아져야 할 상태인가.
매출이 기대만큼 안 오르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광고입니다. 손님이 모자라 보이니까 더 불러오면 될 것 같습니다. 자연스러운 생각이죠. 그런데 아쉬운 방향을 설정한 것입니다. 광고는 사람을 데려올 수는 있어도 붙잡아 두지는 못합니다. 이 차이를 놓치면 돈은 나가는데 오히려 회사는 더 불안해집니다.
세무업은 특히 그렇습니다. 고객이 광고 문구를 보고 연락할 수는 있지만, 오래 거래를 이어가는 이유는 전혀 다른 데 있습니다. 종합소득세 신고가 끝난 뒤에도 먼저 안부를 주는지, 담당자가 바뀌어도 지난 이야기가 끊기지 않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먼저 알려주고 먼저 수습하는지. 고객은 이런 걸 봅니다. 홍보 문장이 아니라 경험을 믿습니다. 그래서 실망한 고객이 생기기 시작하면, 광고는 성장의 도구가 아니라 실망을 더 빨리 퍼뜨리는 장치가 되어 버립니다.
구멍 난 통에 물을 붓는 것과 같습니다. 들어오는 양이 늘어도 남는 양은 그대로입니다. 안 좋은 경험을 한 고객이 많아질수록 소개는 줄고, 재계약은 흔들리고, 직원은 더 바빠지고, 대표는 더 조급해집니다. 겉으로는 열심히 움직이는데 안으로는 무너지는 모습이 여기서 시작됩니다.
마케팅이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순서가 있다는 겁니다. 광고는 회사를 알리는 일이고, 소개는 회사를 증명하는 일입니다. 알리는 것보다 증명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내가 내 입으로 우리 회사가 좋다고 말하는 것과, 기존 고객이 지인에게 "여기 괜찮아"라고 한마디 해주는 건 무게가 다릅니다. 비용도 거의 안 듭니다. 무엇보다 믿음의 깊이가 다릅니다. 진짜 마케팅은 바깥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안에서 먼저 시작되는 겁니다. 세무법인이 브랜드가 된다는 건 멋진 로고나 근사한 슬로건을 갖는 게 아닙니다. 고객이 우리를 떠올릴 때 자동으로 따라오는 느낌입니다. 여기 맡기면 신고 끝나고도 연락이 온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다시 설명 안 해도 된다. 뭔가 생기면 내가 먼저 전화를 받는다. 이런 인식이 쌓일 때 브랜드가 됩니다. 광고 한두 번으로는 안 됩니다. 같은 태도, 같은 기준, 같은 경험이 반복될 때 비로소 만들어지는 겁니다. 브랜드는 말이 아니라 운영으로 쌓입니다.
그래서 지금 점검해야 할 건 이겁니다. 기존 고객이 우리를 주변에 자신 있게 소개할 만큼 만족하고 있는가?(고객이 재방문을 하는가?) 고객이 전화할 때마다 지난 얘기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건 아닌가? 요청한 일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고객 눈에 보이긴 하는가? 작은 실수라도 생겼을 때 먼저 사과하고 나서서 해결해주는가? 이 질문들에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한다면, 광고 예산 전에 손봐야 할 게 있다는 뜻입니다.
성장은 밖에서 끌어오는 것보다 안에서 새지 않게 만드는 것에서 먼저 시작됩니다. 낯선 사람 열 명을 데려오는 것보다 지금 곁에 있는 고객 한 명을 감탄하게 만드는 게 먼저입니다. 그 한 명이 다시 찾아오고, 주변에 소개하고, 우리를 대신 설명해주기 시작할 때 회사는 광고비보다 훨씬 강한 힘을 갖게 됩니다.
사장님이 진짜 점검해야 할 건 광고의 양이 아닙니다. 고객이 우리를 다시 찾을 이유가 있는가?, 그겁니다. 결국 알리는 회사보다 알려지는 회사가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