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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사장은 ‘우선순위’가 없다

사장님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시간이 없어요~” “요즘 너무 바빠요~” 장사는 커지고, 직원은 늘고, 거래처는 많아지고, 전화는 하루 종일 울립니다. 그 말이 거짓말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실제로 바쁘십니다. 그런데 저는 사장님들에게 한 가지를 꼭 짚고 싶습니다. 바쁨은 보통 ‘일이 많아서’ 생기지만, ‘우선순위가 없어서’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장님이 바쁜 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부터 정리하지 못한 채, 급한 일에 끌려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장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 회사는 망합니다. 이건 누구도 피해갈 수 없습니다. 직원은 실수해도 배울 시간이 있지만, 사장은 실수 한 번이 매출과 이익의 감소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사장님이 “바빠서 못 했다”라고 말하는 순간은 위험합니다. 그 말이 나오는 이유는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지금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장님 머릿속이 정리되면, 일은 그대로여도 몸이 덜 바빠집니다. 정리되지 않으면, 사람이 늘어도 계속 바쁩니다.
바쁜 사장님들의 하루를 생각해보겠습니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전화가 옵니다. 고객이 화가 나 있습니다. 거래처가 급하다고 합니다. 직원이 와서 결재를 올립니다. 갑자기 기계가 고장납니다. 매출이 떨어졌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이렇게 급한 일들이 하루를 끌고 갑니다. 문제는 급한 일들이 사장님의 시간을 ‘전부’ 먹어버리는 데 있습니다. 급한 일은 오늘을 버티게 해줍니다. 하지만 중요한 일은 내일을 설계합니다.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요? 가격을 올릴지 말지, 어떤 고객을 남길지, 어떤 상품을 밀지, 어디서 돈이 새는지, 직원이 오래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반복되는 실수를 어떻게 막을지. 이런 일들이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일은 조용합니다. 당장 사장님을 찾아와 “지금 당장!”을 외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계속 밀립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큰 문제로 돌아옵니다.
여기서 사장님이 꼭 기억해야 할 비유가 있습니다. 무딘 톱으로 나무를 베는 나무꾼 이야기입니다. 나무꾼은 톱질하느라 너무 바빠서 톱날을 갈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하루 종일 톱질을 해도 나무가 잘 안 잘립니다. 팔만 아프고, 시간만 갑니다. 사업도 똑같습니다. 사장님이 하루 종일 뛰어다니는데 일이 끝나지 않는다면, 그건 톱날이 무뎌진 상태일 수 있습니다. 톱날을 가는 시간은 일을 안 하는 시간이 아닙니다. 일을 더 빨리 끝내기 위해 필요한 시간입니다. 사업에서 톱날을 간다는 건 이런 겁니다. 반복되는 문제를 없애는 규칙을 만들고, 자주 생기는 실수를 막는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고객이 같은 질문을 하지 않게 안내를 정리하고, 예외 처리를 줄이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만들면 다음 달이 편해집니다. 만들지 않으면 다음 달도 똑같이 바쁩니다.
그렇다면 우선순위는 어떻게 정해야 할까요? 사장님들은 대개 “할 일이 너무 많다”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할 일은 항상 많습니다. 그래서 사장님은 “다 할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다 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못합니다. 대신 “딱 하나”를 잡아야 합니다. 오늘 내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무엇인가? 이걸 잡으면 다른 일들이 쉬워지거나 필요 없어지는 일이 무엇인가? 이 질문이 우선순위의 핵심입니다. 이 질문에 답이 나오면, 하루가 단순해집니다. 그리고 속도가 붙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매출이 떨어졌다고 합시다. 사장님은 보통 이런 일을 한꺼번에 하려 합니다. 광고를 늘릴까?, 직원이 문제인가?, 신제품을 만들어야 하나?, 할인 행사를 해야 하나?, 비용을 줄여야 하나? 이렇게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그런데 ‘딱 하나’를 잡으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기존 고객이 다시 오게 만드는 장치 만들기”가 딱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기존 고객이 다시 오면 매출은 안정되고, 현금이 돌고, 광고 부담이 줄고, 직원도 덜 흔들립니다. 한 가지를 제대로 잡으면 나머지는 자연히 정리됩니다. 사장님이 바쁜 이유는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이 한 가지를 못 잡아서입니다.
사장님이 우선순위를 못 잡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대부분 ‘불안할 때’입니다. 불안하면 (머리보다) 손이 먼저 움직입니다. 여기저기 전화하고, 회의 잡고, 직원 다그치고, 급한 것부터 처리합니다. 바쁘게 움직이면 마음이 조금 안정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바쁨은 불안을 잠깐 잊게하는 임시방책일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장님께 이렇게 권합니다. “요즘 바빠 죽겠네”라는 말이 나오면, 그 자리에서 메모장에 딱 한 줄을 적으십시오. 지금 내가 피하고 있는 결정은 무엇인가? 가격을 올릴지 말지, 직원 한 명을 내보낼지 말지, 고객 기준을 정할지 말지, 업무 방식을 바꿀지 말지. 사장님이 피하고 있는 (어려운) 결정이 보이면, 바쁨의 정체가 드러납니다.
사장님에게 우선순위는 계획표가 아닙니다. 우선순위는 기준입니다. 기준이 없으면 하루는 전화와 사람에게 끌려갑니다. 기준이 있으면 사장님이 하루를 끌고 갑니다. 기준이란 이런 겁니다. “우리 회사는 매출보다 현금흐름을 먼저 본다.” “우리는 모든 고객을 잡지 않는다. 남길 고객을 고른다.” “우리는 예외 처리를 줄인다.” “반복되는 실수는 사람 탓이 아니라 구조 탓으로 보고 막는다.” 이런 기준이 있으면, 선택이 쉬워집니다. 선택이 쉬워지면, 바쁨이 줄어듭니다. 사장님은 더 열심히 하는 사람이 아니라, 더 정확히 기준에 따라 고르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사장님이 오늘부터 바로 할 수 있는 세 가지를 정리하겠습니다. 첫째, 바쁨을 말로 두지 말고 종이에 써서 눈에 보이게 만드십시오. 오늘 하루 바쁘게 만든 일이 무엇인지 다 적어보는 겁니다. 그중 반복되는 것이 반드시 있습니다. 둘째, 반복되는 것 중 하나만 골라서 없애는 규칙을 만드십시오. 예를 들어 같은 문의가 계속 오면 안내 문구를 바꾸고, 같은 누락이 반복되면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같은 실수가 반복되면 마감 시간을 고정하는 것입니다. 셋째, 내일의 ‘딱 하나’를 미리 정해놓고 출근하십시오. 출근해서 정하면 급한 일에 밀립니다. 전날 밤에 정해두면, 내일의 중심이 생깁니다. (저는 새벽시간을 활용합니다.)
사장님은 바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바쁜 채로 계속 가면 망할 수도 있습니다. 바쁨이 문제가 아니라, 바쁨 속에서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게 문제입니다. 사장님이 해야 할 일은 더 뛰는 것이 아니라, 먼저 정리하는 것입니다. 바쁜 사장은 우선순위가 없습니다. 우선순위가 생기는 순간, 사장님의 시간은 늘어납니다. 그때부터 회사는 운영에서 경영으로 넘어갑니다. 오늘을 이겨내고 내일을 만드는 힘은 바쁨이 아니라, 우선순위입니다.
이규상 세무사 씀